요시나가 후미가 <달과 샌들>로 <하나오토[花音]>(호우분샤[芳文社] 刊)에서 데뷔했을 때, 그녀의 존재를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첫 번째 단행본이 발매될 즈음에는, ‘아는 사람은 아는’ 존재로부터 ‘BL 독자라면 몰라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 정도로 요시나가 후미라는 작가는 BL 선호층 (특히 BL에서 스토리를 중시하는 타입의 독자)에게 각별한 지지와 사랑을 받아 왔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요시나가 후미의 매력 중 하나는, 작품의 퀄리티가 높다는 데 있다. 캐릭터, 스토리, 연출 등 이 모든 것을 일괄하는 총합력이 높다는 점에는 그저 감탄할 뿐. BL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에도 ‘요시나가 후미 작품이라면 읽는다’는 만화 애호가가 있다는 점도 수긍할 수 있다. 그녀의 특징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침묵하면서 ‘말하게 하는’ 틈새나, 노골적으로 여러 가지를 지나치게 그리는 작금의 작품 경향을 거스르는 듯, 필요이상으로 지나치지 않은 묘사를 통해 드러나는 이야기에 독자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행간을 읽듯이, 그림에도, 말에도 나타나 있지 않은 ‘무언가’에 생각을 달리게 하는 기쁨을,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은 주고 있는 것이다.
소녀만화의 세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요시나가 후미. BL 신작은 전혀 소식이 없다는 점은 섭섭하기 그지없으나, 언젠가는 다시 마음 떨리는 작품을 독자 앞에 내놓을 것이 틀림없다. 그 때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자.
COMICS LIST
(빨간색 표시는 대표작으로 소개된 것, 파란글씨는 기타 추천작으로 소개된 것. 우리말 제목은 정식 한국어판의 표기를 따랐다. 그리고 2005년에 나온 책이니 그때까지의 작품리스트임 ^^)
◇ 호우분샤 (芳文社)
<달과 샌들> 전 2권 | 하나오토코믹스 | 1996.03
<솔페주> | 하나오토코믹스 | 1998.02
◇ 비블로스
<정말 다정해> | 수퍼비보이코믹스 | 1997.03
<1교시는 의욕 가득한 민법> | 비보이코믹스 | 1999.03
<사랑은 밤에 깨닫는 것> | 수퍼비보이코믹스 | 1999.03
<제라르와 쟈크> | 수퍼비보이코믹스 | 2000.02
◇ 신쇼칸 (新書館)
<아이의 체온> | 윙즈코믹스 | 1998.07
<그는 화원에서 꿈을 꾼다> | 윙즈코믹스 | 1999.09
<서양골동양과자점> 전 4권 | 윙즈코믹스 | 2000.06
<아이의 체온 특장판> | 윙즈코믹스 | 2002.05
<플라워 오브 라이프> | 윙즈코믹스 | 2004.04
◇ 학센샤(白線社)
<사랑해야 하는 딸들> | 젯츠코믹스 | 2003.12
<제라르와 쟈크> | 학센샤문고 | 2004.05
<솔페주> | 학센샤문고 | 2004.11
<오오쿠> | 젯츠코믹스 | 2005.09
◇ 오오타출판(太田出版)
<더이상 말하지마> | F×COMICS | 2004.01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 F×COMICS | 2005.04
(출처: 야마모토 후미코 & BL서포터즈, <역시 보이즈러브가 좋아: BL만화 완전가이드>, 오오타출판, 2005: pp. 82-3)
역자의 덧: 왜 <서양골동양과자점>이 대표작/추천작에 빠져있냐! 라고 분개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내 생각에 서양골동은 게이가 등장하는 소녀/여성만화지 BL은 아니다. 본문의 마지막에서 '소녀만화의 세계'를 언급하고 있는데 신쇼칸에서 나온 작품, 그리고 학센샤 젯츠코믹스 라벨로 발간된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음. 일본 만화잡지는 어느 잡지에 연재되느냐에 따라 특정 장르/소구층이 결정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BL전문출판사/잡지를 통하지 않은 만화는 정통 BL이라고 보기에 조금 어렵지 않을까. 비슷한 식으로, <불꽃의 미라쥬> 역시 BL요소가 가미된 판타지물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지 않나 하는 게 내 생각. 하지만 뭐 미라쥬는 BL 관련 책을 봐도 BL역사에 한 획을 그은 소설로 평가받고 있기는 하다. (끄응... 역시 어렵다능...)